서울대에 이어 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22일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한 이른바 교육 3불(不)정책 폐지를 정부와 정치권에 공개 요구했다.

3불정책이 대학 경쟁력과 인재 양성을 가로막는 암초라는 것이다.

여기에 획일적인 하향평준화와 공교육 황폐화를 초래했다면 이젠 재고할 때가 됐다고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마저 지난 19일 3불정책 폐해를 비판한 바 있다.

국내 대학들은 그동안 법제에도 없는 3불정책에 묶여 학생선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우수 인재를 뽑아 수월성과 다양성 교육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함에도 ‘내신비율을 50% 이상 확대하라’, ‘수능비율을 낮춰라’, ‘논술 가이드라인을 지켜라’는 등 시시콜콜한 교육부 간섭에 시달렸다.

하향평준화한 서울대 이공계 신입생들의 서술형 수학시험 성적이 평균 41점에 그칠 정도다. 여기에 학생 1인당 연간 1000만원 등록금에도 우수 교수 확보와 충분한 실험실습을 받쳐주기엔 대학 재정도 너무나 열악하다.

해마다 10만명 이상이 해외유학 등으로 한국을 떠나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3불정책은 지나친 학업부담, 계층간 갈등 등을 완화·해소한다지만 이미 교육평등과 사교육비 완화 면에서 실패한 게 드러났다.

상황도 많이 달라졌다.

외고ㆍ과학고ㆍ자사고 등으로 30여년간 지속한 고교평준화 의미는 사라졌고 학교, 지역 간 학력격차는 대학·고교·학생·학부모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미 교육평가위원회(ETS)의 민족사관고 세계 최고수준 평가가 이를 방증한다. 사교육비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 2003년 13조원에서 지난해엔 20조원을 넘어서는 등 공교육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대통령과 교육부는 3불정책 고수를 강변하나 고집을 부릴 때가 아니다. 대학 경쟁력 확보는 경제 발전의 버팀목이다.

폐지에 따른 부작용은 충분한 논의를 통해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취임 전 ‘학교가 획일성으로 수월성과 평등성이 모두 죽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임기 말에 무엇을 더 바라는가.

전면적인 입시제도 개편이 어렵다면 학자적 소신에 따른 3불정책 폐지만으로도 김 부총리는 역사적 소임을 다하는 것이다.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대선 후보자들도 이에 대한 소신을 밝혀 국민 심판을 받아야 한다.


/임흥빈  신안신문 고문(전남도의원- 신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