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자찬하는 손학규 대표의 안일함

  손학규 대표가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회견을 했다. 손대표 나름대로는 만족한 듯, “당내 안정을 통한 쇄신 기반을 마련했고,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을 임명하는 등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당이 무너질 판에 대표가 되어, 이 정도를 해냈다면 낙제점은 아니다. 그러나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 만큼 손대표가 당의 쇄신의 칼을 전혀 대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도 된다. 쇄신을 하지 않으니까, 당이 안정되는 것 아니겠는가.

  한나라당을 보자. 정략적 권력투쟁의 성격이 짙긴 하지만, 한나라당은 징역형 범죄자들을 공천 신청에서 배제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는 향후 공천심사에서도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이 분당의 위기를 겪었어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공천 기준을 마련했던 것이다. 손대표는 바로 가장 중요한 공천에 대한 큰 방향의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 통합과 함께 벼락치기식 공천을 바로 단행해야 한다. 마치 폭탄을 돌리고 돌리고 돌리며 시간을 끌다, 외통수의 길로 접어드는 형국이다.

  손대표가 당의 안정을 취하는 동안, 손대표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호남 패권주의자들에게 포위되고 있다. 손대표는 이를 안정이라 표현했지만, 제 3자가 외부에서 볼 때는 점차 포위망이 좁혀지고 있는 형국이다.

  김현철 출마 막은 한나라당, 범죄자들 온상이 된 호남의 신당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 박지원씨가 신당에 입당하여 목포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SK로부터 불법 자금 받은 죄로 징역형을 받은 인물이다. 한나라당이었다면 공천 신청조차 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광을 이용하여, 무난히 목포에 입성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의원 역시 무안신안에서 열심히 표밭을 갈고 있다. 목포의 경우 배종호라는 신진 정치인이 과감하게 도전장이라도 던진 반면, 김홍업의 지역구에는 당내의 특별한 경쟁자조차 없다. 마치 한나라당에서 이명박 측근이 공천한 지역에 경쟁자가 없는 것과 똑같은 이치이다. 감히 손학규가 어찌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의 공천을 저지하겠냐는 것이다. 김홍업 의원 역시 정치자금 수수죄로 징역형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따라 권노갑, 한화갑 등 동교동 맏형들도 신당 출마를 벼르고 있다. 모두 징역형 범죄자들이다.

  한나라당이라면 신청 자격조차 없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범죄 경력 측근들이 어떻게 이렇게 오만하게 호남지역을 활보할 수 있겠는가. 바로 호남에서 영향력이 없는 손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지 못할 거라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대표는 벌써 이 점에서 유권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신당에서 손대표를 지원한 구 민주당 세력들과 연계되어있다.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지사, 정균환 최고위원 등이다. 이들은 당내 기반이 없는 손대표가 가장 크게 의존할 수 있는 우군들이다. 그러나 바로 이 점 때문에 손대표의 호남 개혁공천이 좌절될 가능성이 크다. 박지원 비서실장의 공천은 어쩌면 이들의 의중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대표가 이들 구 민주당 세력의 눈치를 보는 순간, 호남의 개혁공천은 물거품이 된다.

  정동영 전 당의장의 영향력이 막강한 전북지역 역시 녹록치 않다. 다행히 김원기 고문이 불출마 선언을 하여 숨통을 트여주었지만, 장영달, 정세균 등 노무현 정권 실정에 책임이 큰 인물들이 그대로 버티고 있다. 이미 손대표는 정동영 전 당의장과 손을 잡아버렸기 때문에, 전북지역의 공천 물갈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안 그래도 복잡한 호남에, 민주당의 박상천 세력이 통합과 함께 손대표를 압박할 참이다. 박상천 대표는 본인 자신부터 전남 고흥 출마를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박상천 대표가 통합당의 공동대표가 되는 순간, 자신부터 호남 출마를 해야하므로, 손대표의 호남 개혁공천의 커다란 짐이 될 것이다. 손대표와 박재승 위원장이 아무리 개혁공천을 하자고 해도, 이미 손대표를 포위하고 있는 김대중 세력, 구 민주당 세력, 정동영 세력, 박상천 세력이 손을 잡고, 호남을 분할 통치해버리면, 손대표로서는 답이 없다.

  솔직히, 외부의 제 3자 입장에서 볼 때, 이미 손대표는 탈출구가 없는 포위망에 갇히고 있는 형국이다. 손대표는 박재승 위원장의 칼날 같은 공천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정당의 공천은 필기시험이 아니다. 정치적 합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 점에서 손대표의 취임 한 달은 어찌보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대표는 아직까지 본인의 출마 여부조차 결정하지 않았다. 본인이 먼저 서울의 종로 같은 핵심 지역구에 출마를 선언하고, 이에 정동영 당의장의 서울 동반출마 협조를 얻어낸 뒤, 곧바로 호남 지역의 물갈이 공천을 선언을 해주었어야 했다.

 지금 시점쯤 되면 박지원 같은 인물은 신당의 공천 신청할 엄두도 낼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어야지, 그나마 호남 개혁공천의 성공 가능성을 살려낼 수 있었던 것이다. 마치 한나라당에서 김현철이 공천조차 할 수 없도록 만들었듯이 말이다. 지금 김대중, 정동영, 구민주당, 박상천 등 호남의 패권주의자들이 시시각각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는데, 박재승 위원장이 무슨 수로 이들을 상대하느냐는 말이다.

  70석 목표의 손학규, 50석도 위험하다

  손대표 측은 70석 정도만 얻으면 무난한 성공이라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호남에서 30석, 비례대표로 20석, 수도권에서 10석, 여타 지역에서 10석 정도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정도의 의석수를 목표로 한다면, 실제로 호남지역의 개혁공천이 없어도 가능하다고 예측하는지 모르겠다. 그럼 손대표는 비례대표로 의원직을 확보한 뒤, 총선 이후에도 당대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이명박 정권이 초반에 화를 자초하다 해도, 이것은 불가능한 계산이다. 이런 판이라면 호남에서 무소속이 약진할 것이며, 향후 이들이 통합당에 입당한다 한들, 손대표의 지도력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또한 이 계산이 맞다 해도, 한나라당이 200석에 육박하는 의석수를 얻게 된다. 이회창당이 나머지 30석을 얻으면, 보수 우파가 무려 230석을 얻게 된다. 70석은 손대표 개인이 볼 때야 성공일 수 있어도, 전체 정치판으로 볼 때는 대선보다 더 심각한 참패이다. 최악의 경우 50석 밑으로 떨어지는 수도 있다.

  손대표의 한달 간의 행보를 보면 무척이나 안일하게 상황을 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 틈을 호남패권주의자들이 치고 들어왔고, 어찌보면 손대표 역시도, 이에 공조하는 분위기이다.
민주당과의 통합 문제만 하더라도, 어떻게 통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더 크게 할 수 있을지 전혀 고민조차 하지 않고 있다. 대충 박상천 측에 공동대표 자리 하나 주더라도 일단 통합해서, 수도권의 호남표심이나 모으자는 생각인 것일까? 본인부터 우선 서울 출마를 선언하고, 민주당 대표에 정동영과 함께 동반 서울출마를 요구하면서, 호남 개혁공천의 흐름을 잡아주어야 함에도, 이러한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는 손대표의 무책임의 발로일 수도 있다. 손대표는 진보진영 몰락의 책임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어차피 나 아니었으면 전멸을 당할 판인데 70석이라도 얻어주면 감지덕진 줄 알아라” 이런 발상이 아니냐는 것이다. 긴장감도 없고, 진지함도 없고, 진정성도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건, 단지 여론일 뿐이다. 손대표에게 필요한 유권자는 전화 응답으로 “한나라당을 견제하자”고 답하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먼 투표소에 나와 표를 찍어야 되는 사람이다. 한나라당의 후보들은 호남을 제외하고는 전원이 당선권이 들어가 있다. 결사적으로 선거운동할 것이며, 이것이 투표율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반면, 손대표의 신당 후보들은 호남을 제외하곤 당선권 저 멀리에 떨어져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호남에서 자기들끼리 더 해먹겠다는 흐름을 끊어주지 못하면, 한나라당을 견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의 투표심리를 저하시킨다. 대표적인 사람이 필자 같은 유권자이다. 한나라당이 200석을 얻든 300석을 얻든, 쇄신하지 않는 세력에게, 먼 투표소까지 가서 투표하지 않는다. 과장이 아니라 수도권에서 단 한 석도 못 얻는 수가 있다. 한나라당이 200석 얻는다고 나라가 망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70석을 목표로 대충 가다간 50석 밑으로 떨어질 위험에 쳐하는 것도 이러한 투표심리 때문이다.

  손대표에게 다음 네 가지를 주문하겠다.

  첫째, 일단 본인부터 서울의 상징적 지역구에 출마 선언하고, 정동영 등 호남 유력 인사들 모두 동참시켜라.

  둘째, 시간에 쫓기지 말고, 법적 공동대표를 인정해주는 대신, 합당의 조건으로 박상천 등 민주당 지도부에도, 호남에 숨지 말고 모두 수도권 출마를 하도록 요구하라. 수도권에 출마할 민주당 지도부와 힘을 합쳐, 호남의 개혁공천을 성공시켜야 한다.

  셋째, 하루빨리 최소한 한나라당 수준의 공천 기준을 만들어, 징역형 범죄자들의 출마 논의 자체를 막아라.

  넷째, 호남 패권주의자들을 모두 제외시킨 뒤, 전문성과 참신성을 갖춘 신진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호남에서, 손대표가 제안한 모바일 투표 등으로 유권자 참여 경선 축제를 만들어라.

  지금 상황으로 볼 때, 이 네 가지의 기초적인 요구 중 손대표가 단 한 가지도 취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니, 무난히 죽으며 조용한 장례식장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끌려가고 있는 것이다. <변희재 / 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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