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안군청     ⓒ신안신문 편집국

신안군에서 전임 군수시절 열심히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섬 지역으로 좌천당해 가족과 떨어져 정상적인 생활마져 어렵게 하는 보복인사 악순환이 사라지고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행정이 정착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를 이끌어 냈던 무소속 고길호후보(1만2,476표/45.16% 획득)가 무소속 김승규후보(1만548표/38.18%)와 무소속 남상창후보(4,599표/16.64%)를 따돌리고 신안군수에 당선됐으나 벌써부터 인수위 가동과 함께 선거 논공행상이 불거지면서 인사 잡음 논란이 일고 있다.

선거가 끝나자 곧바로 비공식 인수위원회가 구성돼 고당선자과 실과장간 면담에 이어 고길호 전임 군수시절(2002년~2006년 6월말) 비서실에 근무했던 공무원 등이 당선자 사무실을 오가며 공무원들의 입장 반영 등 원활한 군정 인수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고길호군수 지지에 앞장섰던 일부 언론인과 공무원, 신안군 퇴직 공무원 등이 노골적으로 인사 등에 개입할 움직임이 포착돼 논란이 되고 있는데 고길호 당선자는 최근 군청 실과장 면담에서 측근의 군청 인사 개입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공개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그 실현 여부가 주목된다.

선거를 앞두고 지난달 말 군청내 출처불명 살생부가 나돌고 일부 퇴직공무원들이 향후 신안군 인사에 개입할 것이란 소문이 확산되면서 선거막판 쟁점이 되자 다급해진 고길호 후보는 이윤석의원까지 대동하고 노조와 실과소를 방문해 측근인사의 인사개입 차단과 당선시 인사 보복 등이  없는 공정한 인사를 약속한 바 있다.

오는 7월 초 군수취임식에 이후 8월말께로 예상되는 고길호 신안군수 당선자의 첫인사행정에 큰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8월 정기인사가 고 당선자 향후 인사행정의 시금석이 될 것이란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민주당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신안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두 번이나 당선(2006, 2010년)됐고 이번 6.4 지방선거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을 받아 당선이 유력시 됐으나 돌연 부인의 말기암을 이유로 후보직을 사퇴한 박우량 전 신안군수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데는 일부 승진보직인사에서 어린 자녀가 있는 부부공무원들을 낙도로 다함께 보직발령함으로써 정상적인 가정생활이 힘들게 돼 당사자는 물론 구 노조인 직장협의회 등의 극심한 반발을 산 사례가 있었다.

인근 목포시나 무안군과 달리 1004개의 섬으로 구성된 신안군에서 섬지역 면사무소나 낙도 출장소 보직인사를 좌천인사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 것은 승진과 함께 2-3년 정도 순환 근무한다면 충분히 감수할 불편이겠지만 파워게임에서 밀리고 한마디로 미운털이 박혀 승진이 아닌 일반 보직변경으로 가족과 떨어진 채 수년씩 낙도 등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어려움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1일 공식선거운동 직전  이윤석의원 등 민주당측이 고길호 후보보 지지를 표명하면서  이의원 사무실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좌측부터 새정치 민주연합 임흥빈도의원 후보, 이윤석의원,  무소속 고길호후보,  새정치 정연선 도의원후보 순)  /  사진은 이 기사와 무관함.   ⓒ신안신문 편집국

박 전 군수에게 승진은 고사하고 가정생활을 고려한 최소한의 순환근무라도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가 사실상 수년째 거절당하자 이번 선거에서 박군수 사퇴에도 불구하고 박 전 군수가 지지를 표명한 김승규 후보 반대편 입장에 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일부 공무원들의 움직임도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선거을 앞둔 지난달 말 신안군청 안팎에서는 "모 군수후보가 당선되면 박우량  군수시절 열심히 일하고 승승장구한  일부 공무원들을 흑산도 등 섬지역으로 좌천시킨다, 100여명의 살생부가 작성돼 있다. 건설과장과 행정지원실장 등 노란자위 보직자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소문들이 나돌고 공무원들이 선거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일이 있었다.

특히 동절기 5일간의 근무를 마치고 주말을 이용 육지로 나와야 하지만 폭풍주의보 등이 겹칠 경우 신안군 가거도 등 오지 낙도 근무자의 경우 한달 가까이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서 중도에 사표를 내는 사례도 많았다.

이로 인해 선거 때마다 공무원의 선거 개입 없는 엄정 중립은 공염불에 그치기 다반사고 살아남기 위한 극심한 줄서기가 횡행하는 것이 신안군의 현실정이다.

도서 벽지 면사무소나 출장소, 보건진료소에서 근무하는 일부 직원들이 본청이나 보건소 근무와 승진을 위해 간부 공무원에게 수천만원씩 상납했던 사례는 공공연한 비밀로  고길호 당선자도 전임시절 이 같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최근 선거과정에서 뒤늦게 인지하고 개선 등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 6.4 지방선거에 출마한 임자도의 모 군의원 후보의 경우 자신의 부인이 가족과 떨어진 지도읍에 근무하게 되면서 정상적인 가정생활에 큰 어려움이 생긴 상태에서 또다시 비금면으로 전보발령되자 박우량 전 군수와 새정치민주연합 김기만 군의원에게 사실상 공개경고장을 보내고 군의원에 출마해 텃밭표 분산에 따라 임자 김기만의원이 재선에 실패하고 지도읍 출신 주윤덕후보와 양영모후보가 어부지리(?)한 이번 사례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재선에 실패한 김기만의원은 동향에 친구사이인 이의환 후보와 평소 문제가 없었으나 자신의 부인과 이후보 부인이 보건직으로 임자도 보건지소에 나란히 근무하다 공교롭게도 이 후보 부인만 지도읍 보건지소로 발령났다가 선거를 앞두고 비금도로 또다시 보직되자 이후보가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는 논란에 대해 김의원은 군청인사에 개입한 적 없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오해를 사기에는 충분한 점도 있다.

위험하고 불편한 여객선을 타고 출퇴근하며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아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신안군 공무원들이 생사여탈권을 쥔 군수 눈치를 보느라 전전긍긍하게 만들지 말고 군민에게 봉사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든지 상군하고 승진할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하는 것이 고길호 당선자가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과제가 아닌 듯 싶다.

공무원은 자신이 속한 조직집단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지사이나 선거 결과에 따라 오히려 열심히 일했다는 것만으로 좌천되는 일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고길호 당선자는 과거 故 최공인 군수에 이어 2002년 민선 2기 신안군수에 당선됐고 2006년 5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당선됐으나 공직선거법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이 선고돼 군수직을 상실한 이후 8년여를 야인(野人)으로 있으면서 박군수 시절 군정에서 배제되다시피 한 일부 공무원 등과 접촉하면서 편향되고 왜곡된 시선을 가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흔히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도고 하는데 선거운동 기간에 이윤석의원과 함께 노조와 실과소를 방문해 공정한 인사를 수차례 약속했던 고길호 당선자.

명예회복을 노리는 고 당선자의 인사행정이 만사가 돼 불안감에 휩싸인 공직사회에 활력소가 될지 아니면 망사(亡事)가 돼 고당선자의 발목을 잡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앞으로 신안군에서 선거결과에 따라 낙도로 좌천되는 잘못된 관행이 사라지고 인재를 등용하는 탕평인사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인데 능력과 전문성, 그리고 군민에 대한 헌신 등을 기준으로 한 혜안(慧眼)을 가진 투명한 인사행정 정착이 시급한 시점이다.
 
신안군은 본청을 비롯 14개 읍면사무소를 비롯 낙도 출장소와 보건지소 진료소 등에서 600여 공직자가 근무중이며, 60 여개가 넘은 유인도서를 비롯 전국 최대의 1004개의 유무인도서로 구성된 특수성을 가진 도서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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