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환경에서 최고 품질의 소금을 만들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모두 돈 때문에 못하고 있을 뿐이죠."

신안 사옥도에서 염전을 일구는 신택근(46)씨의 꿈은 자신의 염전을 갖는 것이다. 10년 넘게 소금과 함께 살아왔지만 지금처럼 남의 땅을 임대해 소금을 생산하는 구조로는 도저히 마음에 드는 천일염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

신 씨는 "10~20년을 한 염전에서 계속 일 할 수 있다는 보장만 있다면 빚을 내서라도 시설을 바꿔 정말 좋은 소금을 만들어보고 싶다"면서 "지금처럼 전체 생산량을 5대5로 나누는 임대구조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품질보다는 생산량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사업자의 땅을 빌려서 소금을 생산하는 임대 구조가 전남산 천일염의 발목을 잡고 있다. 땅 주인은 시설 투자보다 임대료를 챙기는데 혈안이 돼 있고 임대 생산자 또한 매년 임대계약이 이뤄지는 특성상 시설투자에 소홀하면서 모처럼 도약의 기회를 마련한 전남산 천일염의 부가가치가 올라가지 않고 있는 것.

특히 지난 3월부터 천일염이 식품으로 지위가 달라진 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만큼 이를 명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 같은 임대구조가 무엇보다 먼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일 일 전남도에 따르면 5960개소(소금창고 1220곳ㆍ해주 4740곳)에 달하는 전남도내 염전 시설물 가운데 만들어진 지 20년이 지난 노후시설로 당장 교체하거나 개선해야 할 곳은 전체의 60%인 3567곳(소금창고 588곳ㆍ 해주 2979곳)으로 나타났다.

천일염이 식품으로 바뀐 진 8개월여가 지났지만 10곳 중 6곳이 넘는 염전이 아직도 식품을 생산하는 시설이라기보다는 여전히 광물을 캐내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셈.

실제 지난 주 찾아간 신안 A염전의 경우 바닷물을 보관하는 해주의 지붕이 여전히 낡은 슬레이트로 덮여 있었고 염전 주변에도 녹슨 철망과 종이상자 등이 방치돼 식품으로 전환된 뒤 대부분의 시설이 친환경 자재로 바뀐 다른 지역 염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인근 B염전 또한 사용하다 폐기한 장판을 태운 흔적이 주변에 그대로 남아 있었고 바닷물이 흘러 들어오는 수로에도 깨진 슬레이트와 각종 비닐류가 뒤섞여 있었다.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는 암 유발 가능성이 높아 2009년부터는 사용이 전면 금지된 자재. 전남도에서도 기존의 농가주택에 사용된 슬레이트를 친환경 자재로 개량할 경우 일정액을 지원할 만큼 슬레이트는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시설이 열악한 것은 대다수 어민들이 염전을 임대하거나 규모가 영세해 시설투자가 전혀 이뤄지지 않기 때문.

업계 관계자들은 전남에 소재한 1000여 곳의 염전 가운데 60%가량이 사업자의 땅을 임대해 소금을 생산하는 임대 염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안 사옥도 신택근 씨는 "사옥도의 경우 전체 20여 곳에 달하는 염전 중 자신의 땅에서 직접 소금을 생산하는 곳은 1~2개에 불과하다"며 "언제 임대계약이 끊어질지 모르는데 누가 수천만원을 투자해 환경을 개선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윤해철(53ㆍ영광 염산면) 씨도 "염산만 하더라도 99.9%가 남의 땅을 빌려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면서 "염전은 물론이고 염전창고와 집마저 땅주인 소유로 돼 있어 세입자가 함부로 손도 댈 수 없는 만큼 정부가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 관계자는 "전남산 천일염이 사는 길은 값싼 중국산과의 확실한 차별화 뿐"이라며 "좋은 소금을 제값 받고 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환경을 개선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생산자의 의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신안신문(http://sanews.co.kr) =전남일보
 
*신안신문 7개 계열 자회사=서남권신문(http://snnews.co.kr 주간), 중부권신문(http://jbnews.net/), 신안신문(주간), 동부권신문(http://dbnews.kr/), 영암뉴스(http://yanews.co.kr), 인터넷신안신문(http://sanews.co.kr), 브레이크뉴스 광주전남(http://honam.breaknews.com/) 

관련기사

• '식품 천일염' , 기회를 살리자(3)